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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리뷰] 나, 다니엘 블레이크 감상평

by Wanderlust Jamie 2024.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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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칸 영화제에서 다섯 번이나 수상한 켄 로치 감독의 영화로 2016년에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 역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개봉 당시 국내 관객수는 약 10만 명 정도로 크게 흥행하진 않았는데요. 내용이 다소 무겁고 대중적이진 않지만 잔잔한 슬픔과 함께 우리 사회, 특히 소외 계층과 복지제도에 대해 고민해 볼 만한 요소를 던져주는 영화입니다.

줄거리

영화의 스토리는 오랜 기간 성실히 일하며 살아온 다니엘 블레이크가 노년기에 지병으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사회 부조금을 신청하게 되지만, 정부의 관료주의적 절차, 제도상의 헛점으로 인해 번번이 수당 신청을 거절당하며 빈곤과 부조리에 맞서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니엘은 케이티라는 젊은 미혼모를 이웃으로 만나게 되며 빈곤한 '독거노인'과 '미혼모'라는 사회 소외계층으로서 따로 혹은 함께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감상평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보편적 복지와 포퓰리즘에 반대하는 입장에 가까웠는데요.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 바뀐 건 아니었지만 보편적 복지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고 우리 사회의 복지제도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게 되었습니다. 주인공 다니엘이 질병과 빈곤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반복해서 복지 수당이 거절되는 장면들을 보면서 '과연 국가 시스템은 우리 사회의 진정한 약자와 소외계층을 제대로 구분하고 분별해 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게 되었고, '국가의 도움이 필요한 이러한 소외계층의 범위는 어디까지 한정하는 게 맞는 걸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하면서 '그런 범위를 모두에게 공평하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설정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니 그냥 모두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까지 들게 되면서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입장이 어느 정도 이해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또 국가 자원은 한정적이니 그런 보편적 복지가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사실 엄밀히 얘기하면 다니엘이 겪는 고충은 애초에 담당 공무원이 자격심사를 잘못해서 발생하는 것이니 시스템 자체의 문제라기 보단 무능한 담당자로 인해 생기는 일이라 보는게 맞을 수도 있겠고. 어찌 되었든 이런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우리 사회의 복지제도에 대해 다방면으로 고민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영화에서 주인공 다니엘과 함께 등장하는 두 아이의 엄마 케이티를 보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 케이티는 가난한 미혼모로 역시나 정부로부터 수당 신청을 거절당하지만, 어떻게든 두 아이를 키우며 고난을 헤쳐나가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들은 배불리 먹이지만 본인은 굶주림에 허덕이다가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식품 배급소에서 혼이 나간 여자처럼 통조림을 열어 손으로 음식을 퍼먹다가 펑펑 울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결국 아이가 구멍난 신발을 신고 다닌다고 학교에서 놀림 받는다는 얘기를 듣게 되자 모든 걸 내려놓고 직업여성의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물론 직업여성을 옹호하고 싶지는 않지만 엄마로서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러한 케이티의 선택을 온전히 비판할 수 만은 없었습니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영화에서 다니엘은 케이티의 어린 아들에게 "코코넛과 상어 중에 뭐가 사람을 더 많이 죽일까?"라는 질문을 무심코 던집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후 그 아이는 어느 날 문득 "코코넛이요"라고 답을 전하게 됩니다. 무해해 보이는 코코넛이 나무에서 떨어져 맞아 죽는 사람의 수가 상어에게 물려 죽는 사람보다 많다는 것은, 흔히 사회악으로 지칭되는 것보다 오히려 약자를 도우려고 만들어진 복지제도가 의도치 않게 사람들에게 더 많은 해를 줄 수 있다는 메세지를 담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주제를 관통하는 질문을 스토리 안에 소품처럼 슬쩍 집어넣은 것도 이 영화의 인상 깊은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과연 다니엘과 케이티는 이 힘겨운 과정 끝에 어떠한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를 끝까지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기대했던 결말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깊은 여운을 남겨줄 엔딩이니 한 번 끝까지 꼭 보셨으면 합니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OTT '티빙'과 '왓챠'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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